합판 그리고 등급

합판은 나무를 얇게 켜서, 여러 겹으로 교차해서 판으로 제작하는 기본적인 목자재에요. 흔히 통용되는 베니아(Veneer), 베니아 합판이라는 말들은 모두 합판을 의미해요. 베니아는 나무를 얇게 켜낸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무늬목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베니아, 베이아, 베니다, 베이다 등 여러가지 표현으로 불리우기도 하죠. 이건 베니어를 잘못 부르는 말 이기도 해요. 사실 베니아라는 표현이 합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냥 합판이라고 해주세요.

그 외에도 MDF(Medium-density Fiberboard), Particle Board(파티클보드, PB), OSB(Oriented strand board), 집성판(Glued Timber) 등이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합판이라고 불리지만 합판과는 달라요.

합판MDFPBOSB집성판
원목을 켜낸 판목재톱밥, 종이 등고운 모재 부스러기큰 목재 부스러기일정하게 켜낸 원목

일반적으로 가정집에서 사용되는 싱크대, 가구, 몰딩 등은 MDF 또는 PB로 제작해요. 가공치수를 정확하게 뽑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물에 취약하죠. OSB는 미국 목조주택 외장재로 흔히 사용되지만, 국내에서는 자주 사용되지 않죠. 집성판은 가구나 책상, 탁자 상판으로 자주 보셨을 거에요.

위 사진은 이케아에서 원목상판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입니다. 어느 분께서 가공 때문을 의뢰했던 식탁 상판으로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탁자 상판입니다. 오크 무늬가 진하고 두툼한 원목 상판같죠. 나무를 조각조각 모아놓은 집성판 형태를 띄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단면을 보면 조금 다릅니다.

단면입니다. 상단에 빨간 부분만 원목 집성판입니다. 약 5mm 정도 두께의 원목 집성판으로 마감을 했지만, 내부는 밀도가 높은 파티클 보드와 낮은 밀도의 파티클 보드를 혼합하여 사용했어요. 파란 부분은 고밀고, 녹색 부분은 저밀도, 보라색 부분은 중밀도의 파티클 보드입니다. 밀도가 높은 파티클 보드는 MDF에 가깝고, 일반적인 파티클 보드와 상부의 집성판, 하부의 필름 마감 까지 지금 설명 드리는 종류가 다 들어 있네요. 합판만 없어요. 이는 합판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특이한 것은 절단면을 덮을 수 있도록 목재의 단면을 흉내낸 마감필름을 같이 제공하라고요.

합판이나 MDF, PB 같은 판재가 사용되는 이유는 넓은 목재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에요. 나무가 1,000년을 자라서 지름이 1.2 미터나 되도록 자라도 결국 사용될 수 있는 판재의 너비는 1.2 미터가 안돼요. 1.2 미터의 지름은 사람 3명이 안아도 부족할 수 있는 크기죠. 실제로 많은 목재가 지름 60 센티미터 이상 자라기도 힘들고, 제재과정을 거치면 40-50cm 이하로 줄어들며, 대부분의 목재는 20-30 센티미터가 최대 너비가 돼요. 그래서 아주 오래 전 부터 합판이라는 판재가 사용되기 시작했어요.
간단하게 요약하면 넓은 판재에 목재 느낌을 내기 위해 합판이 등장했죠.

본격적으로 합판에 대해서 설명 드릴게요.

합판 포장에 표시된 규격입니다.

Indonesian Plywood (인도네시아 합판)
11.5MMx1220x2440 (두께x너비x길이)
등급(Grade): BB/CC
접착제(Glue): T-II(2), E0

등급(Grade)은 표면 품질이나 사용 목적에 따라 IHPA 기준으로 A/B/C/D, OVL(Overlay), UTY(Utility) 등으로 구분돼요. 표면의 옹이와 색상 등 나무의 품질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있지만, 제조사가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싶을 정도로 오차범위가 상당해요. 사실 대체로 이 등급에 대해 검증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도 해요. 단지 기준이 나뉘어져 있을 뿐 큰 의미가 없어요.

A등급이 최상이지만 시장에서는 구하기 힘들고, 사실상 B등급이 가장 높은 등급이나 다름 없어요. A등급은 옹이가 없어야 하고, 색도 균일해야 하는데 이 까다로운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서 구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희귀해요.
실질적으로 BB/CC(B등급과 C등급이 섞여 있는 형태) 등급이 가장 높은 등급에 해당되죠. 마감용으로 표면을 마감한 합판을 오버레이라고 하지만, 그냥 일반 합판을 기준으로 할게요. 아무튼 이 BB/CC 등급은 간신히 맞추지도 못한 나무를 고르게 마구잡이로 제작해 옆면이 고르지 못한 중국산/베트남산 합판이 시장에 흔히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는 실내/실외로 구분되는 기준은 아니고 합판의 일반적인 표면 등급에 대한 것이에요.

합판 옆면에 적혀 있는 규격이에요.

OP, TYPE 2, E0, HW 11.5x1220x2440 MADE IN INDONESIA

  1. OP: Ordianry Plywood. 일반합판을 의미
  2. TYPE 2: 방수 등급
  3. E0: 접착재(Glue) 등급. SE0-E1까지 실내 사용이 적합하며, E2는 옥외용
  4. HW: Hardwood(남양재, 강질, 하드우드)를 사용
  5. 11.5x1220x2440: 두께 11.5mm, 크기는 4×8 ‘자(300mm)’
  6. 합판 종류
    OP라고 적혀 있는 부분은 일반합판(OP), 거푸집합판(CP), 구조재합판(SP) 등으로 구분해요. 일반적으로 인테리어에서는 일반합판을 사용해요.
  7. 방수 등급
    TYPE의 경우 방수 등급을 의미하는데, Type 0 이라고 적혀 있으면 방수등급, Type 1은 Type 0에 비해 낮은 방수 등급, Type 2는 Type 1 보다 낮은 방수 등급을 의미해요. 어차피 인테리어로 활용하신 다면 큰 의미가 없어요. 아무리 방수등급이라 해도 합판에 사용된 목재가 물에 닿으면 썩는건 마찬가지에요.
    조금 다른 등급으로 WBP(Weather and Boil Proof)가 있으며, 이 역시 방수 등급을 의미해요.
    방수 합판은 목재에 방수나 방부 처리를 한 것이 아니라, 물에 내성을 지니면서 물을 투과시키지 않는 접착제(페놀 계열, 멜리민 등)를 사용했을 뿐, 사용되는 목재는 일반적인 합판과 동일해요.
  8. 접착제(GLUE)
    본드 등급에 따라 실내등급과 옥외용 등급으로 구분되는데, SE0, E0, E1 까지가 실내에서 사용가능해요.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정부에서도 E2 등급을 포함함 그 이하 등급은 실내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요.
    현재 유통되는 합판은 대부분 E1, E2입니다. E0는 아주 드물게 구할 수 있고, SE0는 없다시피 해요. SE0의 경우 일부 자작합판 또는 집성판 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어요.
  9. 재질
    HW는 Hardwood(남양재) 합판을 의미해요. 일반적으로 나왕합판이라고도 부르지만, 실제 나왕을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사실 하드우드 합판이라고 적혀 있어도 단단하지 않은 것도 많아요.
    이 외에도 사용된 재질이나 마감에 따라 나왕합판(하드우드 합판), 미송합판(미국 소나무 합판), 알비자합판(동남아산 연질 합판), 낙엽송합판, 테고(Tego)합판 등으로 구분돼요.
    연질(동남아산 알비자, 중국산 유칼립투스) 합판이라고 약한 것은 아니에요. 이 역시 높은 강도를 지니고 있지만, 목재 자체가 무르고 연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표면이 눌림이나 찍힘에 약해요. 하지만 가공이나 조각을 해야하는 경우 연질 합판이 사용되기도 해요. 결론적으로 재질은 합판의 튼튼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에요. 일정한 두께로 켜내서, 꼼꼼한 접합과정으로 제작되었는지 여부가 합판의 강도를 결정하죠.
  10. 합판 크기 규격
    두께에 따라 이치부, 니부, 산부(삼부), 욘부(용부,연부,영부), 고부, 로꾸보 등으로 표현하는데,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로 그냥 이치부=3mm, 니부=5mm, 산부=9mm,욘부=12mm, 고부=15mm, 로꾸보=18mm 합판을 의미합니다.
    합판 크기에 대한 규격은 ‘자(303.03mm)’를 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 3×6, 4×8, 3×8, 5×10 등으로 구분돼요. 3×6은 909.09×1818.18 이지만 910×1820 규격으로 제작되며, 4×8은 1212.12×2424.24 이지만 1220×2440으로 제작되고 있어요.

인테리어에 적합한 합판은 무엇일까요?

일단 합판의 단판(Veneer)이 고르게 접합되어 있어야 하며, 실내 사용이 가능한 접착제를 사용한 합판이 우선으로 판단됩니다. 합판면이 깔끔하고, 마치 웨하스 처럼 옆면이 고르게 분포된 합판이 튼튼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좌측 위아래로 있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산은 고르게 펴진 겹이 구성된 반면에, 우측 위아래에 있는 중국산과 베트남산은 고르지 못하며, 두께도 일정하지 않죠. 그렇다 보니 5/7겹이 고르게 겹쳐져야 하는데, 베트남/중국산 합판은 2-3겹 더 많게 겹쳐서 강제적으로 눌러 합판 두께를 뽑아내고 있어요. 이로 인해 내구성에 문제가 발생되고 있고요.

베트남산과 인도네시아 산 합판 가격 차이는 2배가 넘어요. 단순히 가격만 비교하시고 저렴한 합판을 구매하시면, 사용하시다가 합판이 휘거나 굽는 변형이 발생될 확률이 매우 높아요. 파손 확률도 높고요.

아마도 가장 관심이 높은 부분은 접착제 등급이겠죠. 일반적으로 실내 사용 등급은 SE0, E0, E1 까지 실내 사용이 허용되고 있어요. E2 등급은 옥외용(Exterior Only)입니다. 실제 E0 등급 접착제를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냄새가 나지 않고(무취합판), SE0/E0/E1 라고 적혀 있다면 믿는 수 밖에 없지요. 아쉽지만 적혀 있는 정보만 믿는 수 밖에 없어요. 요즘 흔히들 이케아의 영향으로 접착제 등급을 기준으로 실내 자재를 선정하시는데, 싸구려 중국/베트남산 합판도 E0/E1이라고 적혀 있어요.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 중에 접착제 등급을 무조건 신뢰하기에는 문제가 있어요. 품질 인증을 강제하는 기준이 없어 아쉬운 부분이죠.

결국 직접 만져보고 튼튼하게 만들었는지, 만져보고 선택하는 방법을 추천드려요.

요즘 실내 인테리어 시장 확대에 따라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며, 저렴한 합판에 대한 시장 수요가 늘어가고 있어요. 이 때문에 저희는 좋은 합판을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어요. 많은 판매자들이 중국산, 베트남산 같은 저렴한 합판만 찾기 때문이죠. 베트남/중국산 합판의 품질이 좋다면 고민이 되지 않겠지만, 등급에 적합한 품질이 나오지 않아 문제죠. 합판을 들기만 해도 뻐걱뻐걱 소리를 내며 부서질 것 같이 조악한 품질이에요.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서 제작했다 하더라도 모두 높은 품질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에요. 비싸다고 좋은 품질은 아니지만, 대부분 좋은 합판이 비싸요. 이 모든 조건을 무시하고 그냥 저렴하다는 이유로 중국이나 베트남산 합판은 제조사와 상관 없이 조악한 제품들이 시장에 대세처럼 유통되고 있어요.
저렴한 가격에 인테리어를 원하는 소비자, 원가절감을 추구하는 건설사, 최저가 입찰을 시행하는 관공서 등의 문제로 시장에서 저렴한 합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죠.

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하신 다면 목재를 싣고 다니는 트럭을 쉽게 보실 수 있죠. 옆면이 조악한 베트남산 합판은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어요. 오른쪽에 있는 나무는 뉴송(뉴질랜드 소나무)이라고 옹이가 크고 휨/뒤틀림이 아주 심해서 가격이 저렴한 목재에요. 스프러스/소송(소련(러시아) 소나무) 대비 20-30% 저렴해요. 사용 용도에 따라 베트남합판/뉴송을 사용해도 되겠지만, 현재 목재시장은 저렴한 제품들만 살아남는 유통구조를 취하고 있어요.

한 공사 현장에 있는 합판이에요. 멀리서 봐도 베트남산 합판 같아 보였고, 가까이 다가가니 역시 베트남 합판이었죠.

합판을 구매하실 때는 인도네시아산 또는 말레이시아산인지 확인하시고, 꼭 등급을 확인하고 구매하세요. 등급이나 생산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다면 품질에 당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며, BB/CC와 그 아래 등급 간 2배 가량의 가격 차이가 있어요. 일부 건설 현장은 베트남산 합판을 아예 들이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취하고 있죠. 그럼에도 수입양이 엄청나다는 것은 아직도 시장에서 흔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말이죠.

저희는 BB/CC 등급의 합판을 고집하고 있으며, 품질 문제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사아 산 합판만을 취급하고 있어요. 가끔 BB/CC 등급이 아닌 경우나 접착제 등급이 낮은 등급이 있으면, 충분히 설명을 드리고 있어요. 가끔 고객의 요청에 따라 중국산/베트남산 합판도 종종 취급하지만, 실제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합판은 전량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산 하드우드(HW) 합판을 공급하고 있으니, 믿고 구매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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